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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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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나 2009. 3. 1. 12:48

나란 사람

낯설이 하는 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타인이 나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그 힘에 의해 내가 위험해지진 않을지 망가져버리진 않을지 걱정하고 경계하고 초조해하며 그 사람을 관찰하는 행동과 기간을 일컫지. 모든 대인 관계가 나에겐 어렵고 힘들고 부담되고 버거워. 가족이 아닌 다른사람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인적이 없어. 몇년을 사귄 친구에게도 목숨을 함께한다는 전우에게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 일도 믿음직한 모습을 본 일도 없어. 내가 개인적으로 처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내 입맛에 맞게 각색하거나 아예 벗어날수도 있지만 하나의 인간을 내 기준에 따라 통제할 순 없을 뿐더러 벗어나고자 해도 인간이란 제 나름의 사고란게 있어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지. 언젠가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불가피한 사건으로든 헤어지거나 벗어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잊혀져 갈 거란걸 알기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 그 사람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날 때 내가 받을 충격 아픔 슬픔 혹은 타인이 받을 고통.

내가 더 모질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혹은 더 열정적이게 되지 않으면 평생을 살아도 사랑이란건 못해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내가 지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뜨거워지거나. 서로에게서 벗어날 때의 고통을 신경쓰지 않을 만큼 못되어지거나. 영향권에서 벗어나며 내가 받을 고통은 감수할 수 있겠는데. 상대방이 받을 슬픔은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나로 인해 그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어쩌면 상대방이 고통받을 걸 걱정하는 것도 나의 고통이니 감수해야 한다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나에게서 비롯한 것은 조금은 다르니까.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영향권 안에 들어와있는 사람을 볼 때가 있고 그러면 반발적으로 난 그 영향력을 없에버려. 내 마음을 숨기지. 그 때문에 그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도 슬퍼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변명하지. 혹여 내 영향력이 더 커져버려 그 사람을 훗날 더 아프게 할까봐. 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로 인해 무너져 갈 내 자신을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지. 나에게로의 위협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난 낙천적이야. 선택에 부담을 느끼지 않지. 우유부단해. 라고 포장하고 다녀.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망가져버렸을테니까.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혼자선 많은 생각을 하지만 표현은 서툴러. 타인에게 넘겨버렸지.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숨긴채. 판단을 유보하고 미루고 연기시키지. 내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무서워서. 그래서 난 남들보다 덜 뜨겁고 덜 차갑고. 느리게 알아가고 느리게 잊어. 체념이 빠르고 쿨하다고 하지만 난 꽁해. 소심하고 옹졸하고 비겁해. 켜켜이 쌓아두고 묻어두면서도 그 책임이란게 두려워서 타인에게 아픔을 주기 싫다며 그냥. 그냥 혼자 삭혀. 미안한 일도 고마운 일도 많은데 말 못해. 말 안해. 그 사람의 속셈을 모르니까. 내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몰라서. 휘둘리기도 싫고 휘두르기는 무섭고. 그래서 표현이 무디고 더디지.

아아 손발이 오그라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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