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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주변 2006. 12. 30. 23:54

동아리 MT의 먹이

퓨전음식과 개밥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아리 MT에서 먹었던, 혹은 기획했던 모든 개밥들, 유명한 요리사가 만들면 과연 퓨전요리라 불릴 수 있을까?

떡볶이를 만드는 동안. 농담으로 했던 소리였겠지만, 공교롭게도 사온 과자들은 모두 해물(새우X, 자갈X, 꽃게X....) 해물 떡볶이를 만든다는 말에, 당연히. 설마. 아무리 그래도 진짜로 그따위 음식을 제조하진 않겠지 하면서도, 승빈어린이가 떡볶이를 "조합"하는 내내 걱정되었다. 역시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라 그런지 이것저것 멋대로 넣은 어린이의 떡볶이는 묘하게도 나쁘지 않은 맛을 선사했다. 쫄면이 불것을 예상했던지, 덜익은채로 내주는 센스는 감탄치 않을 수 없었고, 풀뿌리 하나 없지만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떡볶이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다음이 껍질탕이었나? 홍합 알맹이는 빠져나가 깊이 깊이 잠수탄 듯 내가 맛봤던 위쪽의 시커먼 놈들은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전화해가며, 티격태격해가며 만들어온 홍합탕엔 무슨짓을 했는지 국물이 붉었고 싱거웠다. 두번째로 끓여온 건 맛있다며 환영을 받은 듯 했지만, 난 왠지 먹고싶지 않았다. 아, 약간 떠먹은 국물에선 평소에 먹던 홍합탕의 냄새가 났었다. 설탕과 물엿을 넣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는 무서운 홍합탕.

그리고 냄비에, 밥솥에 통째 비벼먹은 카레와 짜장. 이것이 개밥의 절정이었다고나 할까. 뭔가 심심하고 맛 안나는 김치와 함께 먹은 카레와 짜장, 평소에 먹던 맛이지만 희석된, 묽은 맛이었다. 신비로운 밥솥은 전기밥솥 주제에 놀라운 3층밥을 선보였다. 생쌀 2쿼터와 적절한밥 1쿼터와 나머지 1쿼터의 꼬들꼬들누룽지. 두번째 상문형의 밥은 또다시 놀랍게도 멀쩡했다. 멀쩡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멀쩡했다.

또 뭔가 해먹은게 있었던가? 고추장과 참치를 그냥 비볐던 밥은 내가 맛보지 않아서 뭐라 할 수 없고, 또 다른 메뉴는 없었던 듯 하다. 나가서 먹을땐 그저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빵,과자따위가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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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주변 2006. 12. 29. 22:29

동아리 MT 가는길

따분한 집구석에서의 생활을 피해 동아리 엠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찍이 점심을 챙겨먹고, 열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향했다. 향하는 동안 문자질을 하다가, 민정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아팠다. 후에, 다행히 큰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오후 한시 십분 차가 무려 십분이나 늦게 역에 도착했고, 사람들은 꿍얼대면서도, 여행의 흥분 덕인지 활기차게 열차에 올라탔다. 다른 열차칸엔 사람들이 다 올라 탔는데, 내가 타려던 칸은 사람들이 늦게 내리는 바람에 줄이 꽤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닫혔다. 헉! 옆에 있던 왠 아저씨가 아는 척 하면서 문 옆의 버튼을 만지작 거렸지만 문은 계속 닫혔다 열렸다 했다. 역무원이 와서 그거 누르면 문 닫히는 거라면서 그 아저씨를 나무랬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법이다.

열차에 올라타고, 책과 시디플레이어를 꺼내 놓고, 문자와 전화로 출발을 알린뒤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같은 열차칸에 탄 할머니들(분명 아줌마라고 불릴 나이는 넘어선..)의 재잘거림이 귀에 자극적으로, 시끄럽게 들려왔다. 시디플레이어 헤드폰을 덮어 쓰고나서도 들려오는 재잘거림은 화났었다. 할머니들 기력도 좋으시지, 목청도 좋으시지.

그렇게 그렇게 열차는 출발하고, 오랜만의 기차여행, 오랜만의 홀로하는 시외로의 여정은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창밖의 겨울 풍경이, 전혀 따뜻하지 않고, 메말라보여 안타까웠기에, 더 보고싶지 않아, '살인자의 건강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승부' 역에서 마주오던 열차와 길 비켜주기 승부를 겨뤘으나, 패배하고 우리 열차가 멈춰섰다. 쳇

강원도에 진입하고 탄광촌에 이르자,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수년전 정동진에 갈때 보았던)이 펼쳐졌다. 온통 시커먼 산에 간간히 눈이 쌓여 흑과 백이 조화를 이루는, 정동진 갈때 보았던 한여름의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 왠지 아름다웠다. 멀리 산에 보였던 짐칸이 불룩 하도록 짐을 실은 여러대의 트럭이 이 탄광촌의 작업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가까이에 보이는 탄광촌의 모습은 고요하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탄광촌은 이미 몇년전에 거의 문을 닫았다고 한다.

스위스같은 산간지방에 많다는 스위치백(열차가 한번에 오르지 못하는 급한 경사를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선로)에 다가가면서, 열차에선 방송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종전의 할머니들도 신기함에 흥분했던지,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고 열차가 뒤로도 간다며 신기하다며 재잘거리고, 앞에 앉았던 빼빼마른 아저씨와 헤비급의 아줌마는 스펀지에 응모해야겠다며 수선을 떨었다. 스펀지에 내면 아마 별 두개쯤은 받을 수 있으리라 속으로 웃었다.

동해역을 지나고 나서는 멀리 바다도 보였다. 바람이 심한지 겨울바다의 파도가 높았다. 눈이 온댔는데 혹시 돌아가는 길이 막히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책은 읽다보니 머리가 지끈지끈한게 멀미가 날 듯 해서 조금 읽다가 옆 의자에 던져 놓았다. 시디피는 열심히 돌아간다. 든든하다.

D-1 정동진.. D-강릉! 아. 드디어 강릉에 도착했다. 승차권을 반납하고, 밖으로 나서자 갑자기 플래쉬가 터진다. 연인 둘이 역사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의 사진첩에, 미니홈피에, 블로그에 등장하겠다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왜 강릉은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그렇게 멀리 있는건지.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해, 만원짜리를 내밀자 잔돈 없냐며 화내는 기사아저씨, 쳇 어느동네든 택시기사 만원짜리 싫어하기는 매 한가지다. 내가 왜 미안해야하는진 모르겠지만 미안하다며 거스름돈을 받아 속초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위해 터미널에 들어섰다. 그런데 왜, 부산, 서울등지로 가는 버스밖에 없는거지. 일층에 내려갔다가 다시 이층에 올라와 바깥으로 나가보니 표지판에 "<-시외버스 / 고속버스 ->" 라고 적혀있는게 그제서야 보인다. 지은에게 신세한탄을 했더니 말해 주려다 안 말해 줬었다며, 아쉬워하는듯, 고소해하는듯.

강릉-속초 직통 버스인줄 알았더니 가면서 몇번이나 선다. 난 언제 내려야 하는지 몰라 벙 하게 있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내리길래 덩달아 따라 내려버렸다. 내리고 보니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이 아닌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이었고, 이때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버스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길가에 내려준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며, 상섭에게 연락을 하곤 두리번대다가 드디어, 일행과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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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주변 2006. 10. 11. 21:15

내 뒷태가 그렇게 좋았나?

주제 : 내 뒷태가 그렇게 좋았나?


열역학 시험을 뿌셔먹고.

스파게티 한접시를 마시고.


아름다운 다리를 뽐낼 스키니진을 입고.

아름다운 폴프랭크 가방을 메고.

하이데거의 숲을 거닐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여고생 셋.

나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면 뒷담화를 하리라 의심치 않았다.


빠른걸음으로 여고생 셋 앞에 섰다.

아니나 다를까 들리는 뒷담화.


"어떡해~" "뭐야~" "도시락가방아냐 ㅋㅋ"

'훗 귀여운 녀석들. 더 떠들어보게나.'


"바지봐 ㅋㅋ"

'음 바지 이쁘지.'


빠른걸음으로 거리를 넓혔으나, 여전히 들리는 뒷담화

"야 가방에 무슨그림이야?"

'으음 궁금하면 와서 봐'


바로 들리는 탁탁탁 발걸음.

바닥의 그림자를 보니 금새 따라온 한녀석의 그림자.

그녀석의 그림자는 숨이 찬 듯 고개를 숙인듯 했다.


나는 의연히 걸어갔고,

뒤의 두녀석이 뛰어온 한녀석과 만났는지 킥킥댄다

"원숭이 원숭이 ㅋㅋㅋ"

'그래 원숭이. 귀엽지'


기숙사 앞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동안

좌우를 힐끔대니, 세녀석이 킥킥대며 걸어가더라.


뭐, 집에 가는동안 이야기거리 생겨서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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